안녕하세요... 중고차 사이사이 오부장입니다... 꾸뻑 ^^*
지난 2012년 4월, 저는 저희가 살고 있는 빌라의 반상회 총무(반상회장)가 되었습니다.
사실 반상회는 대부분 여자분들이 참석을 하게되는 편이지만, 저희는 집사람이 늦게까지 일을 하다보니 부득이하게 그동안 남자인 제가 대신 반상회를 참석했었는데요. 지난 4월, 새로운 반상회 총무를 선출하는 자리에서 얼떨결에 제가 반상회 총무가 되었습니다.
빌라의 반상회 총무는 공적인 업무가 아니기에 당연히 월급이나 보수는 없습니다.
사실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반상회 총무도 반상회비를 납부 했었지만 어느 날, 반상회를 통해서 수고가 많은 총무는 반상회비를 면제 해주자는 안건이 나왔었고, 당시 반상회에 참석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주어서 그때부터 총무는 반상회비를 면제 받았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3월, 그동안 반상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아니했던 어느 세대에서 총무도 반상회비를 내야한다는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기존의 총무님께서 많이 자존심이 상하셨던 모양인지, 그동안 면제받았던 2년 간의 반상회비를 일시불로 납부함과 동시에 총무직을 그만두게 되셨습니다.
그바람에 얼떨결에 제가 저희 빌라의 반상회 총무가 되었는데요. [댄싱퀸]이라는 영화에서 황정민씨가 등떠밀려 지하철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용감한 시민이 된 것 처럼, 저도 등떠밀려서 얼떨결에 저희 빌라의 반상회 총무가 되었답니다... ^^*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빌라의 반상회 총무직을 수행해보니 큰 어려움은 없는 것 더군요...
반상회 총무가 하는 일은 주로 빌라에 사는 주민들로부터 반상회비를 걷어서 장부에 기록을 하고, 공동 전기요금이나 계단청소비 그리고 정화조 청소비등을 송금시킨 뒤에, 반상회 통장에서 입출금 되는 내용들을 기록하며, 기타 빌라와 관련된 일들을 도맡아 하는 일 뿐입니다.
실제로 공동 전기요금은 자동이체를 시켜 놓아서 전혀 문제가 없고, 계단청소 용역비는 고작 한달에 한번만 은행에 들려서 계좌이체를 시켜주면 되는데요. 어차피 매달 반상회비 통장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에 가는 김에 송금을 시켜주면 되므로 큰 불편함은 못느꼈습니다...ㅎㅎ
반상회비를 걷는 것 역시도, 대부분은 반상회비 전용 통장으로 그달 그달 계좌이체를 시켜 주시는 편이라서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현금으로 주시는 분들은 제가 대신 입금을 시켜드리면 되고 만일 입금자명이 호수가 아닌 그냥 이름으로 되어 있으면 입금자의 이름과 호수를 대조해서 회계장부에 기록을 하는 것 말고는 큰 불편함은 없는 듯 싶습니다... ^^*
그동안 반상회 총무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반상회비를 안내고 밀리시는 분들께 연락을 드리는 것이더군요...
총무직을 이어받아 장부를 정리하다보니,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반상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호수들이 몇 집이 있었는데요. 제가 무슨 빚쟁이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반상회비가 무슨 강요성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밀린 반상회비를 독촉하기가 참 애매한 것 같더군요...
고민 끝에 저는 결국 반상회비를 많이 밀리신 분들께 문자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OO빌라 총무입니다. 반상회비가 많이 밀리게 되면 납부시에 부담이 되므로, 가급적이면 제때에 조금씩 납부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만일 귀찮아서 납부를 안하시는 것이라면 1년치를 미리 선납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계좌이체가 불편하시다면 총무인 저에게 주시면 제가 해당호수의 이름으로 대신 입금을 시켜드리겠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반상회비 납부 독촉문자를 받으신 분들의 심기가 불편하시지 않도록, 최대한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던 것인데요. 문자들을 보낸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부분 밀린 반상회비를 바로 입금시켜 주셨더군요... ^^*
제가 반상회비 납부 독촉문자를 보내기 시작한 싯점은 지난 7월 초부터...
매월 초에 반상회비 통장을 정리하기 때문에 6개월 이상 밀리신 분들 중에서, 입금확인이 안되신 분들께만 보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중에 딱 한 집만 아무런 답장도 없으시고, 반상회비도 납부를 하지 않으셔서 지난 8월 초에 다시 똑같은 내용의 문자를 한 번 더 넣어 드렸지만 역시나 아무런 답장이 없으시더군요...
사실 요즘은 대부분 바쁘게 살다보니 돈이 있어서 입금할 시간이 없거나, 출퇴근 시간이 안맞아서 현금으로도 납부를 못하시는 경우도 계실껍니다.
하지만 반상회비를 납부하지 않으신 딱 한 세대의 경우에는 바쁘신 분이 절대로 아니십니다.
평일에도 오다 가다 그집 부부를 가끔 뵙기도 하고, 특히 일요일에는 교회를 다니시는지 낮에도 종종 뵙는 편인데요. 마침 지난 일요일에 남편 되시는 분을 만난김에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 안녕하세요. 총무인데요. 반상회비가 많이 밀리신 것 같아서 문자를 몇 번 넣어 드렸는데 못받으셨던 같습니다. 한꺼번에 내시려면 부담스러울테니, 틈나실 때 조금씩 납부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남편분 : 아...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그런 문제는 제 와이프가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저는 잘 모르는데 이따가 제 와이프에게 말을 해 놓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문자를 드렸던 전화번호는 반상회를 통해서 확인한 비상연락망에 있는 여자분들의 전화번호라서 남편분들께서는 잘 모르실 수도 있거든요...ㅎㅎ)
그런데 그날(일요일) 오후, 반상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세대의 여자(아내)분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한 통의 몹쓸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4년이 넘도록 살면서 반상회비는 해를 넘긴적이 없고, 올해의 반상회비도 올 연말까지만 내면 되는데 왜 자꾸 문자를 보내고, 남편한테까지 잔소리를 듣게 만드느냐며 무척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더군요...;;
사실 저희 빌라의 반상회비는 계단청소 용역비까지 월 1만원이지만 그것도 한꺼번에 내려면 부담되실 것 같고, 혹시 내고 싶어도 바빠서 깜빡 잊고 못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제딴에는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내 드렸었던 것인데...
순간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저는 총무라는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인지라 함부로 화를 낼 수는 없었기에 일단 좋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 그동안 문자를 몇 번 넣어 드렸었는데 아무런 답장이 없으시길래, 혹시 저는 문자를 못받으셨는 줄 알고 남편분께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작 말씀을 주시지 그랬어요...ㅎ
여자분 : 답장을 못해 줬던 것은 미안한데요. 반상회비는 제가 알아서 낼껀데 남편한테까지 말을 하신 것은 좀 너무하신거 아닌가요? (역시 흥분한 목소리로...)
저 : 답장을 주셨더라면 문자도 더이상은 안보냈을테고, 남편분께도 말씀드릴 일은 없었을텐데 어쨋든 죄송하게 됐습니다. (사실은 하나도 안죄송 했지만 일단 형식상 사과...ㅋ)
여자분 : 그래요. 답장을 못해 줬던 것은 좀 미안한데요. 그래도 그렇지... 어쩌고 저쩌고...
통화를 계속 해보니 전혀 말도 안통하는 것 같고...
서로 자기 주장만 말하며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문자를 안보낼테니 알아서 반상회비를 납부하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반상회비는 원래 연말에 몰아서 내는게 아니라, 매달 납부를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그렇게 전화통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전화를 끊고나니 생각을 해보니, 저는 방귀를 안뀌었는데 마치 제가 방귀를 뀐 사람처럼 민망했던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씁쓸한 생각도 들면서 괜히 총무직을 수락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후회마저 들더군요...
사실 반상회비는 강요성은 없지만 그래도 공동주택에서 함께 살고 있는 중이라면 제때에 알아서 납부를 해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고요. 혹시 저의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께서는 다들 반상회비는 안밀리시고 잘 내고 계시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