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1일 화요일... 안녕하세요... 중고차 사이사이 오부장입니다... 꾸뻑 ^^*
일을 하다보면 가끔은 생각만큼 일이 안풀리는 날들이 종종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예약도 안되어 있던 손님께서 뜬금없이 오셔서는 생각지도 않은 고등어값을 챙겨 주시는 경우도 있고, 구경만 하시겠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신 손님께서도 예상치 않게 중고차를 구입 해 가시는 운 좋은 경우도 있는데요. 그와 반대로 일이 안풀릴 때는 오시기로 예약되 있던 손님도 안오시는 경우도 있고, 기필코 중고차를 구입하시겠다며 현금까지 들고 오신 손님도 그냥 되돌아 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돈까지 들고 매장을 방문하신 손님들의 경우엔 내용이 어지간히 못난이만 아니라면 무조건 구입을 하시겠다는 것이고, 실제로 거의 대부분은 구입을 하시는 편입니다.
저 역시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이노므 못난 성격 때문에 다된 밥에 제가 직접 제를 뿌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오늘도 매장에 오신 손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고 좋다고 하시는 것을 결국 팔지 못하고, 가시는 뒷모습만 씁쓸히 바라봐야만 했었습니다.
어떤 딜러들은 한 분의 손님이라도 더 매장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 허위매물도 광고하고 미끼매물도 광고하고 수수료작업도 하는 씁쓸한 상황에서, 제가 무슨 장인정신을 갖고 일을 하는 중고차 딜러도 아니고...
남들이 모두 "예"를 할 때, 저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도 아닌데 오늘은 어설픈 장인정신을 흉내내고, 불필요한 용기를 내 봤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니, 용기가 아니라 더위먹은 객기였던 듯... ㅡㅋ)
내용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저렴한 구형 싼타페를 찾는 손님께서 문의를 주셨었는데요. 예산이 워낙 낮게 책정이 되어 있으신지라 2001년식 정도 중에서 그나마 내용이 괜찮은 구형 싼타페를 하나 찾아서 어제 연락을 드렸더니 오늘 손님께서 매장을 방문하시게 되었습니다.
제가 준비 해 놓은 구형 싼타페는 16만키로를 주행한 은색의 2001년식 디젤 골드 등급...
얼핏 보기엔 주행거리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연식대비 나름 많지 않은 주행거리였고, 11년이 지난 차량이라면 단순교환 하나 쯤은 있을 법도 한데, 단순교환도 하나 없는 완전 무사고 차량이었습니다.
주행거리가 16만키로대 정도의 중고차를 팔 때, 제가 항상 신경쓰는 것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타이밍밸트의 교체시기는 8만~10만키로 정도인데요. 16만키로를 주행한 놈이라면 두 번째 타이밍밸트의 교체싯점이었기에 혹시나 싶어서 차주에게 물어 봤더니, 144,000km에 밋션이 나가는 바람에 밋션을 통채로 교환을 하고 그때 타이밍밸트도 교체를 했다고 합니다.
타이밍밸트의 교체싯점이 정상보다 조금 늦게 갈긴 했지만 어쨋거나 제작년에 밋션과 타이밍밸트를 교환 했다는 내용과 매 5천키로마다 주기적으로 엔진오일을 교환했다는 차계부까지 있다며 차주는 자신의 차량에 많은 자신감을 보이더군요...
지난 토요일,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한 탓에 헛걸음을 하셔야만 했던 SM520V 손님이 생각이 나서 오늘은 무더운 날씨를 뚫고 가서 잠시 확인을 해 봤더니, 연식과 주행거리에 비해 내외관의 상태는 생각보다 깨끗했고 차량의 컨디션도 꽤 훌륭했기에 손님께서도 분명 마음에 드실꺼라는 기분 좋은 예상을 했었는데....
하지만 손님과 저는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었다는 것을 손님과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매장에 도착하신 손님께 시원한 물 한잔을 내 드리며 잠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전화상으로 저는 분명 2001년식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손님께서는 2003년식으로 연식을 잘못 들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죠... 흐미;;
(날이 워낙 더웠던 탓에 저의 혀가 잠시 꼬였던 것인지, 아니면 손님의 귀가 잠시 잘 못 되셨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통신사의 컴퓨터가 잠시 더위를 먹고 졸았던 것인지는 글을 쓰는 지금도 알 수없는 미스테리입니다... ㅡㅋ)
제가 아무리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해서 그런 식으로는 일을 하지는 않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손님께서도 잘 알고 계신다면서 다행히 이해를 해 주셨고, 서로간의 오해는 금새 없어졌습니다.
일단 손님의 예산으로는 2003년식은 어렵다는 것을 말씀 드리면서 제가 준비 해 놓았던 2001년식을 보여드리려 했었는데요. 결정적으로 손님께서는 2001년식은 보고싶지 않다면서 주행거리가 많아도 되고 사고가 있어도 되며 색깔도 전혀 상관이 없으니 가급적이면 2003년식 중에서 다시 알아 봐 달라고 하시더군요... ;;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할 수 없는 법이라 하죠?
설마 하면서도 매물지를 뒤져 봤더니, 마침 손님의 예산에 거의 맞는 2003년식이 하나 있기는 있었습니다.
GVS등급에 색깔은 벽돌색(진한 밤색으로 좋게 표현을 하자면 흔히들 떨어지는 가을낙엽색이라고도 합니다)으로 18만키로를 주행한 사고차였는데요. 차만 좋다면야 등급이나 색깔은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주행거리도 관리만 잘 되어 있다면 역시 상관은 없고요...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서 본, 떨어지는 가을낙엽색의 구형 싼타페는 역시나 도저히 권해드리기가 민망할 정도의 내용과 상태를 갖고 있었습니다.
차주 말로는 앞삼박(본넷과 앞휀다 그리고 지지판넬만 교환 된) 사고차량이라고 했지만 막상 확인을 해 보니 휠하우스만 교환이 안되었을 뿐, 실제로는 안쪽의 인사이드판넬과 사이드맴버까지 모두 손을 댄 비교적 큰 사고차량이었고요. 타이밍밸트의 교환 여부도 모르고, 마치 인젝터의 교환시기가 임박해 있는 것 처럼 차량의 진동도 크게 느껴지더군요...
만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젝터도 나가고, 재수없게 타이밍밸트까지 교환이 안되어 있다면 수리비로 100만원 정도 나가는 것은 우스운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건 쫌 아닌 것 같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차라리 2001년식을 보시는 것이 어떠신가 하며 살짝 권해드렸습니다. (참고로 저는 2001년식의 차주나 2003년식의 차주와는 전혀 관계가 없답니다.)
저도 한 고집 하는 편이지만 손님의 고집도 보통은 아니셨습니다... ^^*
손님께서는 못난이의 2003년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신 상황에서 계약을 하자니 조만간에 분명 욕먹을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가 불안하고, 그렇다고 해서 2001년식을 밀자니 왠지 제가 강제로 2001년식을 팔려는 분위기가 되는 것 같고...
손님의 낮은 예산으로는 정말로 제격인 놈이었지만 결국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게 되었는데요. 손님께서도 아무리 차가 급하고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2001년식은 관심이 없다시면서 조금 더 기다릴테니 2003년식 이후로 알아 봐 달라면서 일단 되돌아 가셨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오셨던 SM520V 손님도 그렇고, 오늘 다녀가신 구형 싼타페 손님도 그렇고...
저야 뭐 돈을 벌기 위해서 땀을 흘리는 것이지만 무더운 날씨에 큰 소득없이 되돌아 가시는 뒷모습들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안스럽게만 느껴집니다.
흠... 쉽지는 않겠지만 자알~ 하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하고...
에잇~ 손님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집의 고등어를 위해서 내일부터 또 열심히 여기 저기 쑤시고 다녀봐야 겠네요... ^^*